2. 맞습니다

 

 

 

보도 프로그램에서 자주 만나는 장면이 하나 있다.

기자가 취재 내용을 말하기에 앞서서

기자가 전할 내용의 도입부를 부드럽게 하기 위해

앵커가

“......하(했)다면서요?”

라고 질문조로 말한다.

그러면 기자는

“맞습니다.”

라고 말한 후 자신이 취재한 내용을 말하기 시작한다.

 

이런 장면을 대할 때마다 불편하다.

‘맞습니다’에는

평가 또는 판단의 의미가 들어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맞습니다.”

라는 표현의 반대편에 있는 것은

“틀렸습니다.” 또는 “틀립니다.”

라는 표현이다.

여기서 ‘맞다’, ‘틀리다’는

상대방이 한 말에 대한 평가 또는 판단이다.

평가/판단해보고 나서

결과가 긍정적이면 ‘당신이 한 말이 맞다’고 할 것이고

결과가 부정적이면 ‘당신이 한 말이 틀리다’라고 할 것이다.

 

보도 프로그램에서 기자가 ‘맞습니다’라고 말한 것은

그 직전에 앵커가 한 말에 대한 평가 결과

앵커가 한 그 말이 맞다는 판단을 한 것이다.

 

타인으로부터 평가 또는 판단받는 것을 많이 싫어하는 나는

‘맞습니다’라는 말보다는

‘그렇습니다’라는 말을 해주기를 기대한다.

물론

‘그렇습니다’라는 표현에도 평가 또는 판단의 요소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맞습니다’보다는 많이 약해졌고

‘맞습니다’보다는 ‘그렇습니다’가

동의 또는 동감의 느낌이 더 강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맞습니다’라는 말을 주고받는 그들은 아무렇지도 않은데

아무 상관없는 나만 그 말에 기분 나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