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석이 된 배달구역에 새로운 담당자를 정하는 과정
비번인 수요일에 슈퍼바이저(supervisor)가 전화를 걸어왔다.
“미스터 킴, 토요일부터 7번 배달구역이야.”
“이번 토요일부터?”
“그래.”
“알았어. 고마워”
흠…
6년 만에 배달구역을 바꾸게 되었다.
새로 맡은 구역은 전임자가 은퇴(retire)하면서 공석이 되었다.
여기서 공석이라 함은 우편물 배달을 하지 않는다는 뜻이 아니고
전담하는 정규직(regular) 우체부가 없다는 뜻이다.
그동안 CCA(City Carrier Assistant)라는 직급의
우체국 입사 초기의 비정규직 우체부가
이 구역의 우편물을 배달했다.
공석이 된 배달구역의 새로운 담당자는,
우체국장(postmaster)이 직권으로 후임자를 정해서
일방적으로 인사명령을 내는 것이 아니고,
우체국 내의 공개 모집 절차를 통해서 결정된다.
이 공모는 우체국 내에 서면으로 게시(post)하고
또 우체국 직원 전용 사내 전산망에도 알린다(post).
이 기간은 짧으면 1주일이고 길어도 2주일을 넘기지 않는다.
관심 있는 직원은 사내 전산망을 통해 응모(bidding)한다.
아주 가끔은 우체국 내에 게시된 서면이 갑자기 없어지기도 한다.
그 자리를 간절히 원하는 누군가가
다른 사람들의 관심을 끊어내기 위해
즉 경쟁자를 줄이기 위해 떼어버린 것이다.
물론 그렇게 하면 안 되는 것이지만
그 간절함은 이해할 수 있다.
응모기간이 끝나면 응모한 사람 중에서 후임자를 결정하는데
기준은 딱 한 가지이다.
입사순(seniority)이다.
우체국에 먼저 입사한 사람(senior)이 우선권을 갖는다.
입사 일자가 같아도 그중에 우선권을 갖는 사람이 있는데
시험 성적이 높았던 사람이 우선권을 갖는 것 같다.
이 딱 한 가지의 기준은 매우 명확하기 때문에
후임자 결정에 대해 그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못한다.
우체국 안에 있는 직원용 게시판에는
우체부 이름을 입사 순서대로 적어 놓은 명단이 걸려있다.
직원은 누구나 그것을 열람할 수 있기 때문에
내가 응모했는데 나보다 늦게 우체국에 들어온 사람으로 결정되었는지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정실이나 부정이 개입할 여지가 없다.
이번의 경우에는 마감 후 이틀 만에 매니저(manager)가
“미스터 킴, 축하해.
7번 배달구역 신청했지?”
라면서 인사를 건네 왔다.
그 인사를 받고 난 열흘 후에
새로운 배달구역에서 우편물 배달을 시작했다.
종전의 배달구역과 아주 가까운 곳이다.
새로운 배달구역 길이의 50%와
종전 배달구역 길이의 20%는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마주하고 있다.
새로운 곳
새로운 인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