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 노래가 되다

4. 저녁에 - 김광섭

우적성(雨滴聲) 2023. 4. 5. 17:52

 

 

김광섭의 시  <저녁에>는

유심초의 노래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에 녹아있다.

 

노래 : https://www.youtube.com/watch?v=pxWa1djr3y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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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녁에 

 

                              김광섭(金珖燮) 

 

저렇게 많은 중에서 

별 하나가 나를 내려다본다. 

이렇게 많은 사람 중에서 

그 별 하나를 쳐다본다

 

밤이 깊을수록 

별은 밝음 속에 사라지고

나는 어둠 속에 사라진다

 

이렇게 정다운 

너 하나 나 하나는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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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지 않은 시에 대조되는 것이 많다.

저렇게/이렇게, 별/사람, 내려다/쳐다, 밝음 속/어둠 속, 너/나.

 

저렇게 많은 별들 중의 별 하나와

이렇게 많은 사람 중에 나 하나가

딱하고 눈이 마주쳤다.

 

그렇게 어렵게 만났건만

하나는 밝음 속으로

다른 하나는 어둠 속으로 소멸...

 

소멸되는 두 존재이지만

'어디서 무엇이 되어 / 다시 만나랴'

로 마무리함으로써 재회를 기대한다...

 

불가의 윤회가 생각나는 마무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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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에서는 시의 많은 부분을 가져다 쓰면서

시의 일부를 바꾸기도 하고

가사를 덧붙이기도 했다.

그리고 제목을 새로 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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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노래 : 유심초

 

저렇게 많은 별들 중에

별 하나가 나를 내려 본다

이렇게 많은 사람 중에

그 별 하나를 쳐다본다

 

밤이 깊을수록 별은 밝음 속에 사라지고

나는 어둠 속으로 사라진다.

이렇게 정다운 너 하나 나 하나는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너를 생각하면 문득 떠오르는 꽃 한 송이

나는 꽃잎에 숨어서 기다리리

이렇게 정다운 너 하나 나 하나는

나비와 꽃송이 되어 다시 만나자

 

밤이 깊을수록 별은 밝음 속에 사라지고

나는 어둠 속으로 사라진다.

이렇게 정다운 너 하나 나 하나는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너를 생각하면 문득 떠오르는 꽃 한 송이

나는 꽃잎에 숨어서 기다리리

이렇게 정다운 너 하나 나 하나는

나비와 꽃송이 되어 다시 만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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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의 마지막 구절과 관련되는 작품들이 있다.

 

그림.

 

수화(樹話) 김환기(1913~1974) 화백의 1970년작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가 있다.

김광섭은 미국 뉴욕에서 그림을 그리고 있던 친구 김환기에게 연하장을 보내면서

시 <저녁에>가 실린 잡지를 보냈고

그 시를 본 김환기가 그린 그림이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다.

 

 

연극.

 

최인훈의 희곡 중에 <온달>이라는 작품이 있는데

이를 무대에 올리면서 제목을 <어디서 무엇이 되어 만나랴>로 바꾸어 공연했다.

김환기의 그림과 달리 연극 제목에서는 '다시'라는 단어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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