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생각하면서
지금의 삶이 대단한 이유
우적성(雨滴聲)
2023. 5. 4. 14:15
오래전부터 알고 지내는 피터(Peter Lee)씨를 만났을 때였다.
무슨 얘기를 하던 중에
그가 말했다.
“아버지, 할아버지, 증조할아버지, 그 위의 할아버지 그리고 그 위의 까마득한 할아버지.
제게 오기까지 한 번도 단절이 없었어요…”
그의 말을 들으면서 생각했다.
‘아…
그렇구나…
아……’
나 자신을 돌아보았다.
내가 지금 여기에 있을 수 있는 것은
까마득한
정말이지 까마득한
저 멀리의 과거로부터
단 한 번의 단절도 없었기 때문이다.
조선 500년
왕의 자리가 항상 맏아들에게만 전해진 것은 아니다.
그렇듯이
내 선조 중 방계의 그 어느 분은 후사 없이 삶을 마감했을 것이다.
그런데 내가 지금 여기에 있는 것은
내 직계 선조 중에는 단 한 분도
후사 없이 생을 마친 분이 없었다는 얘기다.
참 대단한 일이다.
단 한 번도 생명의 단절이 없었다.
더 나아가 진화설을 도입해 본다면
어쩌면 단 하나의 세포에서 시작했을지도 모르는
수 만 년, 수 억 년 그 장구한 세월 동안
단 한 번의 단절도 없이
지금의 내 생명까지 이어졌다는 것은
정말이지
정말이지
굉장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내 지금
넉넉지 못한 살림에
높은 지위에 있는 것도 아니지만
그 긴 세월을 단 한 번의 단절 없이 내려온
연속적 생명 전달의 결과로 내가 있으니
다른 것 다 떠나서
존재 그 자체가 얼마나 소중한 것인가 말이다.
그러니
힘내자.
이 얼마나 기쁜 삶인가.
나만 그러는 게 아니다.
모든 생명은 다 같다.
단 한 번의 단절도 없었기에 현재를 사는 모든 생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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