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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상 주는 방법미국 들여다보기 2023. 2. 17. 13:47
마지막으로 상을 받은 것이 언제인지 기억조차 까마득할 때인 나이 마흔 넘어서 미국 땅 직장에서 주는 상을 받았다. 항공기 기내식을 제공하는 회사에 근무할 때에 이달의 사원(Employee of the Month) 중의 한 사람으로 선정된 것이다. 입사한 지 얼마 안 되었지만 일을 잘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가상했던 모양이었다. 이달의 사원에 선정되면서 받은 것은 Certificate라는 이름의 종이 한 장과 회사 로고가 자수로 놓아진 모자 하나와 스웨터 한 장 받았고 회사 내 높은 사람들과 점심식사를 함께했다.
한국에서 ‘상을 받는다’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것이 학교에서 수여한 상장(또는 표창장)일 것이다. 조금 빳빳한 마분지 또는 켄트지에 내용의 처음 부분이 ‘위에 적은 사람은’으로 시작해서 오른쪽 밑에 붉은색 학교장 직인이 찍혀 있었다. 상장의 권위를 높여 주기 위해서 상단 중앙에 무궁화를 좌우측에는 긴 꼬리를 가진 봉황을 금색으로 그려 넣기도 했다.
어떤 상장에는 위쪽에 번호가 적혀 있고 도장의 절반 정도만 찍혀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상장이 수여될 때 그 상장에 관한 기록을 해 두는 장부 즉 대장에 언제 어떤 상장이 누구에게 수여되었는지 기재를 하고 일련번호를 부여한다. 그리고 대장 위에 상장을 얹어서 계인이라고 하는 도장을 대장과 상장에 절반씩 걸쳐지게 찍는다. 후일 그 상장의 진위 여부를 확인할 수 있게 하는 것인데 이 두 가지가 있으면 상장으로서의 격이 올라간다.
상장에 상품이 따르는 경우가 있다. 학교의 경우 상품은 학년별로 조금 달랐다. 국민학교(현재의 초등학교)는 주로 연필, 공책 같은 학용품이었고 경우에 따라서 국어사전이 수여되기도 했다. 중고등학생이 되면 영어사전이나 한자옥편이 추가되기도 했다. 물론 장학금이라는 이름으로 금전을 수여하는 경우도 있었고.
음악과 관련되는 것으로 가장 흔한 것은 동네 피아노 학원에서 권유해서 나간 지역 내 피아노 경연대회에서 받아온 트로피가 있다. 그 대회에 출전하면 대상, 최우수상, 특상 등 다양한 이름의 금빛 찬란한 트로피를 대개 받아온다. 그래서 피아노 좀 친다는 아이의 피아노 위에는 그런 트로피가 여러 개 놓여있었다.
운동과 관련된 상이라면 주로 메달을 주었다. 트로피를 받는 경우라면 대개 컵 형태이거나 그 운동의 특징을 잘 표현한 동작의 조각상이 있었다.
회사에서는 금으로 만든 행운의 열쇠나 금도금이 된 수저 같은 것이 부상으로 수여되기도 했다. 물론 급여가 오르는 호봉 승진이나 직급이 오르는 특별승진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1960년대와 1970년대 어린 시절에 본 상 중에 가장 폼 나는 것은 프로 레슬링이나 프로 권투에서 볼 수 있었다. 챔피언 벨트라는 것 말이다. 프로 레슬링의 김일 선수가 반칙에 능한 상대방 외국 선수에게 곤욕을 겪다가 그 유명한 ‘박치기’로 상대방 선수를 눕혀버리고 이마에 선혈이 낭자한 상태에서 배에 채워지던 그 커다란 벨트를 기억하시는지.
이번에는 그동안 지켜본 미국의 상 주는 방식이다.
상장을 주는 경우, 미국은 붉은 인주를 사용해서 도장을 찍는 문화가 아니기 때문에, 직인 날인 대신에 상을 주는 사람이 서명(sign)을 한다. 당연히 계인도 없다. 상장 오른쪽 밑에 동그란 표식을 추가로 붙이기도 하는데 거기에 리본 두 개를 덧붙이기도 한다.
초중고 학생의 경우에는 범퍼 스티커가 널리 사용되는 것 같다. 자동차의 범퍼나 뒷유리 또는 번호판 부근에 붙일 수 있는 그 스티커에는 학교 이름을 적은 후 ‘Honor Roll Student의 부모’ 또는 그와 비슷한 문구를 적는다. 자동차에 자식 자랑하는 범퍼 스티커를 붙임으로써 뿌듯함을 누리는 것은 양의 동서를 막론한 부모 심정일 것이다. 아들아이가 고등학생 때 그런 스티커를 받아왔는데 상품으로 워싱턴 DC를 연고로 하는 여자 농구팀 경기 입장표 두 장이 딸려왔다. 졸업식이 아닌 학기 중에는 성적이 우수한 것보다는 학업에 현저한 발전이 있는 경우를 더 높게 평가하는 것 같았다.
직장에서 상을 주는 것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창고형 할인판매장 코스트코(Costco)의 주차장소 제공이었다. 주차장에서 건물 출입구 가장 가까운 곳에, 정확한 표현은 아니지만 기억에 의하면, 이달의 사원 전용(Employee of the Month Only)이라고 적힌 팻말이 부착되어 있었다. 그 점포 그 어디에도 이보다 더 좋은 주차 장소는 없었다. 이달의 사원으로 선정된 그 직원은 한 달 내내 그 장소에 주차하면서 자부심을 가졌을 것이고, 오가는 사람들은 그 장소에 주차된 자동차를 보면서 부러움과 축하가 담긴 시선을 보냈을 것이다. 퍽 괜찮은 시상 방법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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