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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하나 하고 시작하자.
지난 1주일 사이에 당신이 먹은 음식 중에서
가성비가 가장 높은 음식은 무엇이었습니까?
이 질문에서 나오는 ‘가성비’라는 표현에 대해 생각해 보자.
가성비.
가(價)격 대비 성(性)능의 비(比)율, 가성비(價性比).
가격(價格) 대비 성능(性能)의 비율(比率).
즉 가성비는 ‘가격’과 ‘성능’이라는 두 요소의 ‘비율’을 말한다.
그렇기 때문에
가성비가 높다는 것은 지불한 가격에 비해 성능이 좋다는 것을 말하고
가성비가 낮다는 것은 지불한 가격에 비해 성능이 떨어진다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든다.
같은 가격의 건전지 두 개를 샀다.
하나는 주식회사 가나다의 건전지이고
다른 하나는 ABC 주식회사의 건전지이다.
주식회사 가나다의 건전지는 석 달이 다 되었는데도 여전히 기능을 발휘하고 있는데
ABC 주식회사의 건전지는 한 달 만에 방전이 되어 더 이상 사용할 수 없다고 하자.
이제 이 두 회사의 건전지를 비교했을 때 ‘가성비’라는 얘기할 수 있다.
ABC 주식회사의 건전지는 한 달 만에 방전이 되었으므로
주식회사 가나다의 건전지와 비교해 보았을 때
가격 대비 성능의 비율 즉 가성비가 낮은 것이고,
주식회사 가나다의 건전지는 석 달이 되어도 여전히 기능을 발휘하고 있으므로
ABC 주식회사의 건전지와 비교해보았을 때
가격 대비 성능의 비율 즉 가성비가 높은 것이다.
이 경우에는 가성비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것이 전혀 문제 되지 않는다.
문제는 이 ‘가성비’라는 단어가 ‘성능’과 관계없는 곳에서도 사용된다는 것이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음식이다.
음식에는 ‘성능’이라는 단어가 사용되지 않는다.
‘성능이 좋은 갈비찜’ 또는 ‘고성능 떡볶이’이라는 말을 사용하지는 않는다.
성능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음식에 관해서는 ‘가성비’라는 말을 할 수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음식에도 ‘가성비’라는 표현이 널리 사용된다.
심지어 방송사에서도 ‘가성비 높은 음식’이라고 말한다.
'가격'에 대비해서 ‘성능’이 높은 음식?
음식에 무슨 ‘성능’……
‘가격에 비해 훌륭한 음식’,
‘매우 합리적인 가격의 음식’,
‘보다 경제적인 음식’
정도의 표현을 사용하면 될 것 같은데
굳이 ‘가성비가 높은 음식’이라는 표현을 쓴다.
음식이 아니라면 ‘효율적’ 또는 ‘효과적’이라는 표현을 사용할 수도 있다.
음식에 ‘가성비’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것을 보면 마음이 안 좋다.
그 자리에 맞는 단어나 적절한 표현을 찾아내는 수고를 하기보다는
별생각 없이 한 단어를 여기저기 두루 사용하는 세태가
언짢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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