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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영장을) 치다단어에 시비 걸기 2023. 9. 24. 20:55
성남시장, 경기도지사를 지내고 지금 야당 대표를 맡고 있는 국회의원 이재명에 관한 수사가 몇 년씩 진행되고 있다. 덩달아서 그에 관한 보도도 몇 년씩 나오고 있다. 언론에서 사용하고 있는 여러 표현 중에 영장과 관련되어 특이한 표현이 하나 있다. ‘영장을 친다’는 표현이 그것이다. 주어를 ‘검찰’이라고 사용하는 것을 보면 ‘검찰이 영장을 친다’가 하나의 문장인 셈이다.
우리 헌법 제12조 제3항은 이렇게 규정하고 있다.
체포·구속·압수 또는 수색을 할 때에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검사의 신청에 의하여 법관이 발부한 영장을 제시하여야 한다. 다만, 현행범인인 경우와 장기 3년 이상의 형에 해당하는 죄를 범하고 도피 또는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을 때에는 사후에 영장을 청구할 수 있다.
이에 의하면 영장은 ‘검사의 신청’에 의해 ‘법관이 발부’한다고 한다. 그렇다면 언론에서 사용하고 있는
‘영장을 친다’는 것은 ‘영장을 신청한다’는 의미인 것으로 보인다.
추측해 보면 검찰 내부에서는 ‘영장을 신청한다’ 대신에 ‘영장을 친다’는 표현을 사용하는 모양이다. 검찰 출입 기자들이 취재 과정에서 ‘영장을 친다’는 표현을 검찰공무원들에게 자주 듣다 보니 시청자와 청취자에게 뉴스를 전달하는 과정에서도 그 표현을 그대로 사용하는 것이겠다.
‘영장을 친다’는 것은 법전에도 없고 국어사전에도 없는 표현이다. 검찰이라는 일부 집단 안에서 사용하는 폐쇄적 용어를 언론에서 공개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피해야 할 일이다. 조직폭력배에 관한 소식을 전하면서 그들이 사용하는 용어를 기자나 앵커가 방송 중에 사용할 수는 없는 것과 같다.
하나 더.
‘치다’는 표현이 얼마나 널리 사용되는지 알아보자. 여기에 있는 예문은 모두 구글 검색으로 찾은 것이다.
- 눈보라가 치는 밤
- 천둥이 치는 소리
- 철썩철썩 파도가 치다.
- 된서리가 치다.
- 손바닥으로 뺨을 치다.
- 피아노를 치다.
- 여비서가 타자를 치다.
- “땡 땡"하고 벽에 걸린 시계가 새벽 두 시를 쳤다.
- 팽이를 치다.
- 가족들이 트럼프를 치다.
- 앞뜰에 떡판을 놓고 장정 두어 사람이 떡메로 떡을 치다.
- 삐걱거리는 나무 걸상에 못을 치다.
- 칼로 죄인의 목을 치다.
- 회를 치다.
- 제상에 올리기 위해 날밤을 치다.
- 기습적으로 적의 주력 부대를 치다.
- 빻은 곡식 가루를 체로 치다.
- 개가 꼬리를 치다
- 개울에서 물장구를 치며 노는 아이들
- 몸부림을 치다.
- 고함을 치다.
- 도망을 치다.
- 장난을 치다.
- 눈웃음을 치다.
- 낫을 치다.
- 글에 밑줄을 치다.
- 필기시험을 치다.
- 점을 치다.
- 아무리 밉다손 치더라도 그렇게 구박해서야 되겠니?
- 국에 간장을 치다.
- 자전거 바퀴에 기름을 치다.
- 강 변호사는 손수 산월의 잔에 술을 쳤다.
- 집 둘레에 울타리를 치다.
- 각반을 치다.
- 주머니 끈을 치다.
- 돗자리를 치다.
- 집에서 돼지를 치다.
- 학생을 하숙을 치다.
- 가지를 치다.
- 새끼를 치다.
- 변소를 치다.
- 논을 치다.
- 행주를 치다.
- 택시가 아이를 치고 달아나다.
위의 구글 검색 결과에서 볼 수 없는 표현이 하나 있다. 사군자 중의 하나인 난초를 종이에 그릴 때 ‘난을 그린다’고 하지 않고 ‘난을 친다’고 한다.
‘치다’에는 이렇게 수많은 표현이 있는데 여기에 ‘영장을 친다’는 말이 포함되는 날이 오는 것은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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