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name="google-site-verification" content="lVksAFdphcnK4OIHaGo7dj2f8C8lXLN47e2m7EPIHT4" /> 육조지, 또 하나의 사법 살인 :: 낮게 나는 새 https://kk1983.tistory.com

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육조지, 또 하나의 사법 살인
    법 주변을 어슬렁 어슬렁 2023. 3. 16. 02:20

     

     

    70년대 후반의 대학생 시절.

    같은 하숙집의 하숙생 한 사람이 '창작과 비평' 영인본 한 세트 전체를 샀다.

    그 하숙생은 책 인심이 후한 양반이라 별 눈치 보지 않고 가져다 보았다.

    원래 '비평' 부분은 흥미 없어했기에 '창작' 부분을 집중해서 읽었다.

    그 세트에 있는 소설들을 거의 모두 읽었는데 워낙 짧은 기간에 읽었기에

    어떤 작품은 창비에서 본 것인지 다른 데서 본 작품인지 구분이 되지 않았다.

     

    그중에 오랫동안 또렷이 기억에 남는 작품이 있었다.

    정을병의 '육조지'.

    교도소 안 재소자의 대화를 빌어 그들이 겪은 여섯 가지 '조지는' 일을 설명한다.

     여섯(육) 가지 조지는 일이 '육조지'라는 제목이 되는 것이다. 

    이 소설을 읽을 당시 법학과 재학생이었기에 내게 남다르게 다가왔다.

     

    세월이 많이 흐른 후 인터넷이라는 좋은 세상을 만나 '육조지'를 조회해 봤다.

    그랬더니 그 소설을 인용한 많은 글들이 내 기억 속의 내용과 다르게 약간 손질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대부분 육조지를 이렇게 적었다.

     

    집구석은 팔아 조지고
    죄수는 먹어 조지고
    간수는 세어 조지고
    형사는 때려 조지고
    검사는 불러 조지고
    판사는 미뤄 조지고

     

    원문과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은 판사 때문이었다.

    '판사는 늘여 조진다'는 게 내 기억이니까.

    한참을 더 알아본 후 '늘여 조진다'로 적혀 있는 글을 찾아냈다.

     

    순사는 때려 조지고
    간수는 세어 조지고
    검사는 불러 조지고
    도둑놈은 먹어 조지고
    마누라는 팔아 조지고
    판사는 늘여 조지고

     

    그러고 보니 그 소설에서는 '형사'가 아니라 '순사'였던 것도 생각났다.

     

    내가 찾아낸 그 글에 소설의 일부가 옮겨져 있었다.

    “… 증인 심문하다가 또 연기하고,

    증인들이 안 나타나서 또 연기하고…

    도대체 재판이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다는 것입니다.

    재판장 쪽에야 충분한 이유가 있는 것이겠지만,

    도둑놈들의 짧은 식견이 그런 것을 이해할 수는 없는 것이고,

    재판장의 늘여 치우는 태도에만 원망스러운 시선을 보낼 수밖에 없는 것 아니겠어요?”

     

    이렇게 긴 이야기를 하는 이유?

    국민의 청구나 신청이 있으면 법원은 답을 해야 한다.

    침묵하거나 답을 회피해서는 안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건을 몇 년씩 붙들고 있는 경우가 있다.

     

    오판이나 권력 눈치보기로 인한 사법살인만 있는 게 아니다.

    심판 지연으로 인한 사법살인도 있다.

    부디 그런 억울한 일이 없기를 바란다.

    수술은 잘되었는데 그 환자가 죽어버린다면 그게 환자에게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의사에게는 교훈이 되겠지만.

     

    반응형

    댓글

Designed by Tistory.